산을 좋아 했습니다.
10대에는 뭣 모르고 그냥 다녔고,
20대에는 정상을 정복하는 재미에 쉬지 않고 오르기만 했습니다.
30대에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이야기의 재미가 쏠쏠 했습니다.
40대가 넘어선 지금, 오르기보다는 만남이 좋아 산을 찾습니다.
길가에서 마주치는 들꽃의 이야기가 발목을 잡고, 구부러져 볼 품 없는 나무들도 말을 걸어 옵니다. 그러면 한참을 나무에 기대서서 '나 여기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느냐고' 속삭입니다. 고만고만한 바위를 만나면 걸터 앉아 잔등을 쓸어주기도하고, 널다랗고 장하게 생긴 큰 바위를 만나면 아예 드러누워 하늘을 보다가 한 숨 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정상을 오르는 것은 열에 한 두번 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그게 좋습니다. 나와 그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꽃 한 송이 드립니다.



나이 40이 넘어 블로그와 첫 만남을 준비하는 것이 아마도 20대에 산을 오르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에 만나 서른세살 결혼에 성공한? 아내와 초등학교 4학년 딸, 그리고 6살배기 아들내미.....
사회에서는 제법 중견의 나이에 어쩌면 노후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는 위태위태한 이 땅의 40대 가장으로서 고만고만한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가슴 콩닥콩닥 거리던 설레임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래도 설레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결혼생활 11년차, 연애까지 합치면 25년을 함께 해 온 아내는 아직도 가끔은 나를 설레이게 합니다. 조금은 민망한 스커트를 들어올리며 "좀 짧아 보이나?" 물어볼 때 힐긋 쳐다보며 건성으로 "괜찮은거 같아" 대답하지만 신경쓰이고, 나가는 뒷모습을 다시 쳐다보며 마른침을 한번 삼키기도 합니다. 
어쩌다 늦은 저녁 취기가 약간 올라 방안에 들어섰는데 아들 녀석과 잠들어 있는 아내의 숨소리가  설레임을 주기도 합니다. 조금 주책인가요?!?! 그렇게 행복합니다.
그래도 허전한 가슴 한구석을 다 매울 수는 없는가 봅니다. 



그래서 설레이고 싶습니다. 얽히고 싶습니다.
첫 만남을 준비하며 참 많이 설레이기도 했고, 서툴기도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젊은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기웃기웃 거려 보기도 하지만 도무지 감당이 안됩니다. "젠장 차라리 연애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럴 깜냥도 못되나 봅니다.
그래서 그냥 시작 하려구요! 하다보면 잘 될지도 모르잖아요!
이 만남을 통해서 소리를 울리고 싶습니다. 기쁠 땐 기쁘다고, 화날 땐 화난다고, 슬플 땐 슬프다고, 즐거울 땐 즐겁다고...... 그러다 보면 가끔 또닥여 주는 분도 계시겠지요. 그렇게 서로서로 또닥여 주며, 설레임을 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나이 마흔 셋에 서툰 연애를 시작합니다. 

Posted by 솔소리


믹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