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5.08 점점 닮아가는 두 여자와 사랑에 빠진 남자 by 솔소리 27
  2. 2009.05.02 "아내의 유혹", "농구 챔피언 결정전"과 한 판 by 솔소리 26
오늘 아침
딸 아이와 안 사람은 먼저 집을 나서고
여섯 배기 아들녀석 유치원 차를 태우려고 집을 나서려다 집안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먼저 딸 아이 방 문을 여니 이랬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열 한살 먹은 딸 아이는 저희 반에서 제일 키가 크고 제법 어른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어린애 입니다.
저희 부부는 맞벌이라 어려서부터 할머니 손에 자라며 꼼꼼하고 깔끔한 할머니의 영향을 받았을 법도 하련만 치우고 정리하는 데는 영 소질이 없는가 봅니다.
그리고 나서 안방 문을 열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랬습니다.

아마도 할머니가 보셨다면 "뱀이 허물 벗어논 것 같다."고 하셨을 겁니다.
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고등학교 1학년에 만나 서른 세 살에 결혼에 골인 하기까지 참 긴 세월동안 안사람과 만나왔지만 집안에서의 문화를 서로 공유할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혼 초기에는 많이 다투기도 했었지요!
상황은 이랬습니다.
하루에 두 번 이상 걸레 청소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집안에서 자란 저와, 집안 청소는 명절 행사 정도로 생각하는 집안에서 자란 안사람의 문화는 서로 이해 할 수 없었지요!
뭐 어떤 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막연한 스트레스..........

상당히 개방적인 집안의 분위기에서 자란 저는 결혼 초부터 어렵고 힘든 집안 일들은 제가 하는게 옳다고 생각하고, 집안 청소 역시 손수 해결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무슨 일이 있거나 어딜 다녀와서 청소를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당연히 안 사람이 청소를 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겁니다.
한번은 언제까지 청소가 안 되나 보자 하고 지내 봤더니 일주일이 넘도록 집안은 치워질 줄을 몰랐지요!
그래서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왜 청소 안하는데?"
"응 그거 당신 일이잖아!"
"뭐라고? 당신 힘들까봐 내가 도와준거지!!"
"무슨 소리야 도와주다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뭐 나는 그렇게 청소 안해도 살만해"
..........................
그러다가 결국 대판 싸웠지요!!

결혼 11년차가 된 지금은 서로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길들여지고 뭐 그런데로 살만합니다.
제가 제시했던 결혼 공약 중 1순위인 '아침 밥  꼭 챙겨주기'의 약속은 안사람이 무슨일이 있어도 지켜주고
뭐 나는 그 외의 거의 모든 일을 하고 있지요! 청소, 빨레, 집안정리, 기타등등......

조금 억울할 법도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말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문화의 차이고, 선택하는  문제이기에.......
안 사람은 대단히 창조적이고 활동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타입입니다. 방송작가로 십년 넘게 생활하다가 지금은 전문직공무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방송계의 퓰리처상이라는 피버디상을 동양에서는 처음으로 받았던 역량있는 작가였고, 지금도 전주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가꾸는 공무원으로서의 역할을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조금 어지르고 살고, 치우고 정리하는데 게으르다고 누가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

문제는 그런 유전자가 딸 아이에게도 전달되나 봅니다.
할머니와 제가 공동전선을 펼치며 깔끔하고 정돈 잘하는 아이로 키울려고 참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그게 맘 같이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두 여자의 방과
벗어 놓고 간 흔적을 보며 혼자서 참 많이 웃었습니다.
피는 못 속이는 구나! 
어쩌겠어요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아쉬운 제가 치우고 정리하고 살아야지요!!
그래도 지 엄마 닮아서 그런지 제법 똑소리나는 성격에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고 어른들에게 인정받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답니다.
이거 오늘 팔불출 제대로 된거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 점점 닮아가는 두 여자와의 사랑이 오늘도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근데 이글과 사진 우리 안사람이 보면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블로그 패쇄해야할지도............  
암튼 오늘은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식 보러 갑니다.



추신 : 요즘 안 사람은 전통만이 살 길이라며 고추장, 된장, 간장 담고 사는 게 앞으로의 꿈이랍니다. 그래서 단독주택자리도 물색하고 있구요!! 맞는 말이긴 하고 저 역시 좋긴 한데....평소 안 사람의 성격을 봐서는 그 모든 일이 저의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려... 
전통 좋지요! 전통문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도시 전주에 사는게 행복합니다.................
Posted by 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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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모님을 처음 만난건 고등학교 2학년 때 입니다.
지금의 안 사람과 주고받던 편지를 보시고 고등학교.
학교로 연락을 해오셔서 시장 통 어느 빵집에서 처음 만나고 그 뒤로도 자주 둘이서 데이트를 했었지요! 참 후덕하고 사람 좋은 분이셨어요. 지금은 돌아가신지 어언 4년.........
장모님이 돌아가신 뒤론 장인어른 혼자서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주 금요일이면 맞사위집에 오셔서 주무시고 주말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평교사로 평생을 살아오신 장인어른은 솔직이 그리 녹녹한 상대는 아니지만 사위자식도 자식이고 깊은 정이 있어 함께 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어제도 역시 녹녹치 않은 장인어른이 집에 오셨지요!
전주국제영화제다, 한지문화축제다, 이런 저런 일들이 널려 있어 할 일은 많았지만 언감생심 장인어른의 저녁식사가 걱정 돼 일찍 들어와 함께 저녁을 했습니다. 근데 문제는 그 다음 부터 생기기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4학년이라고는 하지만 제법 성숙함?이 묻어나는 살 열 한 살짜리 딸내미와 일흔 여서섯살 장인어른과의 전쟁이 시작된 겁니다.
바햐흐로 리모콘 쟁탈전...........

평소  드라마나 스포츠 중계에는 큰 관심이 없던 저에게는 신기한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저녁식사를 마치고(이전에는 리모콘은 장인에게 있었음).
평소와 다르게 왕성한 식욕을 접고 TV앞으로 달려간 딸내미는 채널을 돌렸습니다. 드라마가 시작하는 사간이었던거죠!
뒤늦게 식사를 마친 장인어른은 일갈을 했습니다.
라운드 1
#1 장인 :  애가 무슨 드라마여 이리주어 리모콘
    딸내미 :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계속 스포츠만 보셨잖아요! 저도 인제 드라마 볼거예요.
    장인 : 허어 이놈이 할아버지 이거 꼭 봐야혀!
    딸내미 : 오늘 "아내의 유혹" 마지막 회 란 말이예요! 저도 이거 볼라고 하루종일 기다렸어요!
    장인 : 그건 재방송에 보믄 되잖여.  이 경기는 일년에 한번 밖에 안혀........

1라운드는 광고가 길어지는 바람에 장인어른의 잠정적 승리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호시탐탐 거실을 오가며(또한 씩씩거리며)
기회를 노리던 딸내미는 결정적인 기회를 얻었지요!
할아버지가 화장실을 간 것입니다.
그 새에 채널은 다시 "아내의 유혹" .........
화장실을 다녀온 장인어른도 분위기 상 어찌할 수 없이 잠자코 잠정적으로 앉아 계셨습니다.
화면을 쟁취한 탓일까요!
방심한 딸내미는 6살 동생이 안방에서 컴퓨터 게임에 관해 도와달라고 하자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 사이를 놓칠 장인이 아니지요
또 다시 채널은 농구...............

방에서 나온 딸내미는 잠시 황당해 하는 표정이더니
1분, 2분 시간이 지나자 표정이 일그러 졌습니다.

라운드 2
#2 딸내미 : 현우야! 너땜에 누나 드라마 못보게 됐잖아 어떻해....(씩씩씩)
    아들 : 왜 그러는데, 누나 이거 할려면 또 어떻 해야해...(히히히)
    딸내미 : (화가치밀어) 아... 이... 너 때문이라고...오...오!!!
    아들 : 누나 왜 그러는데.....아이씨 또 죽었다....이거좀 가르쳐주지.....
(그때 할아버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농구경기에 열광중......아무생각없음)
근데 생각보다 상황은 심각했어요..싸 한게..

결국 "아내의 유혹"을 보지 못한 분한 딸내미와 무슨영문인지 모르는 아들내미는 둘다 엉엉 울고....농구경기와 아내의 유혹 마지막회는 끝이 났습니다.

저요??
제가 뭐 할일 있나요!
그저 웃을뿐............

그래도 장인어른이 응원했던 팀이 우승을 했답니다.
뾰로통해서 씩씩거리던 딸내미의 심정과는 상관없이 채널을 쟁탈한 장인어른은 경기 뒷풀이 인터뷰까지 다 보고서야 자리를 일어났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아침을 함께하고
감기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장인어른은 집에 모신 체 아내와 애들과 산에(동네 동산)다녀왔습니다.

김밥을 쌓아두긴 했지만 몸도 안 좋으신데 죄송스럽드라구요!
 
어찌보면 참 한심스러운 얘기 일 수 있지만
이런게 세상사는 재미가 아닐까 싶네요!

드라마와 스포츠 중계의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지만
그리고 유효하지만.......우리는 그렇게 살아갑니다.
근데
그게
자꾸
실실
웃음이 나오며 행복한건 무슨 이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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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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