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8월은 축제입니다.
몇 년 전 다녀온 오스트리아 짤즈브르크 음악축제, 이태리 베로나 오페라축제, 영국 에딘버러 축제를 소개해 볼까 합니다.

오스트리아 짤즈브르크 음악축제를 아십니까!

짤즈브르크 사람들은 모차르트를 팔고? 살아갑니다.

고향이긴 하지만 고향에서 쫒겨나다시피 떠나서 타지에서 활동을 했지만, 그가 죽고 난 후 짤즈브르크가 모차르트의 고향이라는 점 하나만 가지고도 세계적인 음악축제의 도시로 만들었습니다.

모차르트 하나로 도시전체를 디자인하고 관광상품화하고 포장되어 있습니다.

 

짤츠부르크 음악축제는 베를린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의 명 지휘자였던 카라얀이 예술감독을 맡아 30년 이상 키움으로써 세계적인 명성을 쌓아온 축제입니다. 1920년에 시작된 잘츠부르크 축제는 그 연륜만도 80년이 넘었습니다. 그렇게 하여 잘츠부르크가 지속적으로 자랑하고 내세워 온 특징은 세계 최고의 음악성입니다. 축제 기간 중에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인 비엔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가 거의 상주하면서 전속악단으로서의 역할을 맡습니다.

 


짤츠부르크 시내에는 멋진 분수와 아름다운 꽃이 만발한 잘 가꾸어진 미라벨 정원이 유명하고, 모차르트가 살았던 집과 세계적인 지휘자였던 카랴얀의 생가를 거쳐 짤자크강을 건너면 유네스코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구시가지가 있습니다.

그곳에 있는 짤츠부르크 대성당은 정말 웅장합니다.


그 뒤로 우뚝 솟아있는 호헨 찰스부르크성에 오르면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시내 외곽으로 조금만 나가면 뮤지컬 싸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빙하가 녹아내린 아름다운 호수가 펼쳐집니다.

오스트리아의 기후는 대체로 온화한 편이며 7,8월에는 약간 덥습니다.

산과 초원이 많아 보통 봄, 여름, 가을은 초록빛이고, 늦가을부터는 흰 눈이 쌓여 은빛으로 바뀌는데, 겨울 내내 밝은 태양빛에 흰눈이 반사되어 눈이 시리도록 부십니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모차르트 그리고 음악이 있어 아름다운 도시 짤츠부르크의 밤이 오면 세 계 각국에서 모여든 관광객과 시민들이 영화에서나 봄직한 연미복을 입고 콘서트를 보기위해 극장을 찾습니다. 음악회가 열리는 극장의 실내장식과 의자 등은 최고의 관람을 위해 음을 흡수하는 쿠션이 아닌 딱딱한 나무로 되어있습니다.

 

그들의 축제 속에 들어가 그들의 역사와 문화가 어떻게 전 세계를 감동시키는 문화행사가 되었는지 한번 쯤 느껴볼 일입니다. 그러다 보면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의 소중함과 그것을 어떻게 세계화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방법도 찾아지겠지요!


Posted by 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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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까래를 아십니까!
한옥을 지을 때 도리와 도리사이, 보와 보사이를 이어주는 지붕구조의 부재료 중 하나를 서까래라고 합니다.
대개의 경우 한옥에는 반듯한 서까래를 얹는게 정석이지만 나무가 귀하고, 그 비용도 만만치 않아 서민들은 가끔 구불구불 휘어진 서까래를 쓰는 경우가 있습니다.


전주에는 한옥마을이 있습니다.
전국에 한옥마을이라고 명명된 곳이 제법있지만
전주 한옥마을은 다른 곳과 좀 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들의 삶과 생활이 움직이고 있는 살아숨쉬는 공간이라는 점입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위한, 그리고 으리으리한 공간은 아니지만 담과 담사이, 골목과 골목 사이를 이어주는 사람들의 정이 느껴지는 공간이 전주 한옥마을입니다.
전주 한옥마을의 한옥들에는 유독히 이 구불구불한 서까래가 많습니다. 서민들이 급하게 지은 한옥들이고 그당시 괞찬은 나무 구하기가 그리 쉽지않아서 그랬겠거니 합니다.

근데 이게 가만히 보면 반듯한 서까래 보다 구불구불 휘어진 서까래에 더 정이 가는 건 무슨 이유일까요!
보나, 기둥 역시 조금 휘어지거나, 어디가 모자란 구석이 있는 녀석이 마음에 들어옵니다.
모양새가 그래서 그렇지 건축구조상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전주 한옥마을에 오시거들랑 구불구불 휘어진 애석한 서까래를 보면 아마도 저를 닮았으려니 그렇게 생각해 주세요!!

오늘은 한옥마을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현재 시점의 글을 올려야 맞겠지만......언젠가 임옥상 선생이 운영하는 문화우리 소식지에 한옥마을 관련 글을 올린게 떠올라
찾아보니 있더라구요!!

아마도 더위에 조금씩 지쳐가는 요즘 때에 맞지 않는 봄소식도 그런대로 괜찮겠다 싶어 올려봅니다. 


 봄이 왔다는 소리는 들었다.

그러고 보니 길거릴 오가는 사람들의 옷차림이 예사롭지 않은 것이 오는 봄을 꽤나 재촉하고 싶은가들 보다. 계절이 바뀌는 것이야 언제나 마음 설레는 일이지만 유독 봄이 오는 건 유난스럽고, 반갑고, 자발 맞고, 그렇다. 봄바람에 살랑거리는 여인의 치맛자락이, 물오른 나뭇가지에 생명의 순환과 억척스러움을 증명해 보이는 새싹들이, 이제는 봄이라며 연신 사나이가슴에 불을 지른다. 남들 다 아는 봄소식을 혼자만 모르고 있다가 화들짝 놀란 꼴이라니........

 

여차저차 곁에 와있는 봄을 나 몰라라 하고 있던 부채도 탕감하고, 문화우리에서 던져준 숙제도 해결해 볼 요량으로 나만의 봄맞이를 나가봤다. 누구처럼 그럴싸한 일정 잡아 풀코스로 즐기는 봄맞이는 아니지만 소박하게나마 즐겨볼 요량으로 나선 길이다.

한옥마을.

전주에는 한옥마을이 있다. 아는 분은 다 아는 사실이지만 뭐 그리 대단한 건축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적 전통가옥의 정형을 갖추었다고 말하기도 부끄럽다. 그저 고만고만한 한옥들이 힘겹게 어깨를 맞대고 세월을 버텨내고 있는 사람 사는 공간이다. 굳이 한옥마을을 모르는 분들을 위해 전북대학교 도시공학과 채병선 교수의 설명을 빌어보자면 “교동, 풍남동 일대의 도시한옥은 1900년 이후 호남평야에서 농업생산으로 부를 축적한 대, 소 지주와 자본을 축적한 중소상인들이 신흥자본가가 되어 전주에 모여들면서 고급주택가인 한옥집단지역을 형성한 것이 그 시초이다.”

 

한옥마을을 한눈에 확인하려면 먼저 오목대에 올라야 한다. 64만의 도심 한가운데에 다소곳이 이어진 기와지붕들의 전경은 그래도 정겹다. 군데군데 봄을 맞아 보수작업이 한창인 곳도 보이고, 그새 새로운 이름으로 새 단장하고 앉은 건물들도 눈에 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고 있는 한옥마을의 모습이다.

한옥마을이 정겨운 것은 그곳에 생활이 있고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기위해 한옥을 새롭게 짓고 또는 고치면서 일상 속에서의 한옥 쓰임새를 궁리하는 곳은 이곳 전주 말고는 없다.

21세기를 사는 우리들 일상 속에서 한참은 멀어져 가고 있는 것이 바로 한옥일진대 전주는 유독 한옥 짓고 사는 일에 대해서 관심도 많고 기대도 높다.

 

전주 한옥마을이라는 공간이 갖는 또 하나의 매력은 역사유적과 문화시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태조의 영정이 모셔져 있는 경기전과 전남 제주도까지 관할하던 전주향교, 이성계가 조선창업을 만천하에 알린 오목대, 조선시대 시인묵객들이 전주천의 아름다움에 반해 시를 읊었던 한벽루 등 역사유적과 함께 2002년 월드컵을 준비하면서 한옥마을 곳곳에 자리한

공예품전시관, 전통술박물관, 한옥생활체험관 등 몇몇 문화공간이 한옥마을을 문화적 환경을 갖춘 삶의 공간으로 바꿔낸 주역들이다.

오래되어 낡고 슬럼화 되어 가던 한옥마을에 몇 개의 문화시설을 세우고 도로와 기반시설을 정비하고 나니 한옥마을은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윤기 있는 삶의 공간으로 거듭난 것이다.

 

한옥마을속에서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발길을 옮기다보면

한옥마을의 골목, 골목길들이 이어진다.

관광객들을 위해 배려된 공간이 아닌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살기 위해 만들어낸 조그만 골목들이 한옥마을 지붕들 사이로 거미줄처럼 엉켜있다.

집이 들어서고 담장이 만들어지고 최소한의 통로로서 지켜온 바로 골목이 아닌가!

계획 없이 만들어진 길이기에 골목에는 황당함과 의외성의 재미가 쏠쏠하다.

 

 

큰길에서 보면 막다른 길처럼 보여 들어갈까 말까 망설이다 들어서면 끊어질 듯 끊어질 듯 숨길을 이어가는 ‘내 끝을 찾아봐’ 골목이 있는가 하면, 제법 모양새를 갖췄다 싶어 군침을 흘리며 발걸음을 재촉하면 이내 막다른 길이 발길을 막아버리는 황당한 ‘속았지롱’ 골목도 있다.

 

지나치는 행인의 발소리만으로도 동네사람인지 아닌지를 기가 막히게 구별해내는 견공의 텃새에 혼비백산 줄행랑을 치게 만드는 ‘함부로 들어 오지마’ 골목도 있고, 발걸음 멈추고 시어미와 며느리의 새살인지, 판소리 한대목인지 도무지 분간이 안 되는 구수한 입담에 한창이나 사생활침해의 엿듣기 재미를 주는 ‘내 이야기를 들어봐’ 골목은 제법 문학적인 맛이 있다.

 

 

위태위태 지난겨울을 견뎌준 돌담에 황토를 발라 보수를 해놓은 것이 손가락자국 선명히 드러나 보여도 아름답게 다가오는 ‘나도 화가여’ 골목은 아틀리에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골목길 거친 시멘트 바닥을 뚫고 여기 이렇게 봄이 왔노라고 얼굴 내민 들풀은 어느새 꽃을 피웠다. 그나마 풍수를 알고 양택을 잘한 팔자 좋은 들풀이 살고 있는 ‘여기가 명당’ 골목이다.

 

골목의 사전적 의미는 “동네가운데의 좁은 길, 큰길에서 동네로 들어가는 좁은 길” 이라고 정리되어 있다. 하지만 골목이 주는 의미가 어디 이것뿐이겠는가!

어린아이가 세상과 대면을 하기위해 대문을 열고 나섰을 때 처음으로 만나는 골목은 또 다른 세상을 여는 시작의 공간이며 놀이의 공간이다.

이곳에서 이웃집 친구를 사귀고 비밀스런 추억을 만들며, 평생을 이어갈 소중한 기억들을 저장해나간다. 사춘기시절 마음 빼앗긴 여학생 뒤를 따라 하릴없이 서성거리다 처음으로 말을 건넨 곳도 골목이며, 심장이 멎을 것 같은 설렘으로 손을 마주잡던 풋사랑의 공간도 골목이다.

이웃과 이웃이 만나 공동체를 구성하고 서로의 문화를 나누는 골목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의 공간이다. 쓰레기봉투 잘못 내놨다가 한바탕 전쟁을 치루는 싸움의 공간이고, 늦은 귀가길 얼큰한 술기운에 마주친 앞집사람의 손을 잡고 한잔만 더하자며 온정을 나누던 화합의 공간이다.

 

길은 길로 이어져 끝이 없고 골목은 길의 시작이자 끝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힘으로써 추억의 편린들이 금빛 기쁨의 기억으로 자리하고 있는 공간으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소통의 공간으로, 골목은 우리들 삶을 윤기 있게 채워주는 힘을 지닌다.

 

한옥마을은 지금 기와지붕과 지붕이 어깨 기대고 서서 낮은 담사이로 골목길을 오가는 사람들과 함께 새 싹을 피우고 있다.

양지바른 한옥마을 골목길에서 이름 모를 들꽃과 눈 맞추며 잊고 살았던 아련한 기억의 조각들을 맞춰본다. 봄은 그렇게 와 있었다.



Posted by 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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