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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4 국수 면발보다 더 긴 인연..연분암 국수 사연 by 솔소리 (19)
  2. 2009.05.01 나이 마흔 셋에 서툰 연애를 시작하는 이유 by 솔소리 (18)

국수 좋아하세요?
저는 하루에 한끼는 면을 먹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특히 국수를 좋아합니다.
요즘에야 국수가 흔한 음식이지만 예전에는 귀한 음식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잔치 집이나 혼례가 있을 때 맛 볼 수 있었다지요!
더군다나 국수를 먹는 의미는 면발처럼 길게 오래오래 장수하라는 뜻도 있다고 합니다.
국수 예찬론은 이쯤하고.....


일요일 아침, 비온 뒤 화창한 봄날이 아까워 전주 근교에 있는 모악산을 가족과 함께 찾았습니다.
바햐흐로 봄을 맞은 산은 세수를 마친 새색시처럼 고왔습니다.
비 온 뒤라 그런지 계곡의 물도, 만개한 봄 꽃도, 새 잎을 피워낸 나무들도 한껏 물이 올랐습니다. 

 

애시당초 뭘 준비하고 나선 걸음이 아니어서 산행을 마치고 점심을 할 요량이었지요!
모악산을 오르는 많은 코스 중에 그다지 사람의 발길이 뜸한 연분암길로 코스를 잡았습니다.
모악산을 자주 오르긴 했지만 저역시 연분암을 찾은 건 몇번 되지 않았습니다.
한시간 여 올랐을까....산허리에 소담하게  자리잡은 연분암은 소박한 절 집이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치루고 걸려 있는 연등이 만장처럼 하늘을 가르고, 마당엔 산을 찾은 산객들이 여기저기 모여 앉아 있었지요!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모여 앉은 산객들이 저마다 국수를 먹고 있었습니다.
마당 한켠에서는 보살님 몇분이 국수 면발을 건지고, 멸치 육수를 끓이고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계셨습니다.
무슨 일인가 두리번 거리는데 보살님 한분이 "국수드세요!" 하고 우리 일행을 불렀습니다.

 


"국수 그냥 주시는 거예요?"
"네 좋은 인연 만드시라고 그냥 드려요!"
"날마다 하는 건가요?"
"매주 일요일이면 한답니다."

허위허위 산을 올라 허기진 상황이라 염치불구 저마다 한 그릇씩 국수를 받아들고 고명으로 짤게 썬 김치를 언고, 양념장을 뿌리고, 정신 없이 한 그릇을 뚝딱 했습니다. 산사에서 맛보는 국수는 참으로 별미였습니다. 게다가 공짜로............

 

허기를 채우고 인심좋게 생기신 보살님께 말을 걸었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국수를 주셨나요?"
"지금은 돌아가신 무진스님께서 오래전부터 찾아주신 분들께 대접하던 것을 지금은 저희가 그 뜻을 이어받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인연 만드시고, 오래오래 장수하시라고요...."

많은 말을 나누지는 않았습니다. "염화미소, 이심전심"이랄까요!
소박하고 따끈한 국수 한 그릇에는 참으로 많은 인연과 의미가 있었습니다. 살아 생전 한번도 뵙지 못한 무진스님과의 인연은 그렇게 국수면발보다 질기게 저희를 이끌었나 봅니다.

 


화창한 어느 일요일
깊은 정이 담긴 질긴 인연 하나 만들고 싶으시면
모악산 연분암을 올라 볼 일 입니다.


 

Posted by 솔소리

산을 좋아 했습니다.
10대에는 뭣 모르고 그냥 다녔고,
20대에는 정상을 정복하는 재미에 쉬지 않고 오르기만 했습니다.
30대에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이야기의 재미가 쏠쏠 했습니다.
40대가 넘어선 지금, 오르기보다는 만남이 좋아 산을 찾습니다.
길가에서 마주치는 들꽃의 이야기가 발목을 잡고, 구부러져 볼 품 없는 나무들도 말을 걸어 옵니다. 그러면 한참을 나무에 기대서서 '나 여기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느냐고' 속삭입니다. 고만고만한 바위를 만나면 걸터 앉아 잔등을 쓸어주기도하고, 널다랗고 장하게 생긴 큰 바위를 만나면 아예 드러누워 하늘을 보다가 한 숨 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정상을 오르는 것은 열에 한 두번 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그게 좋습니다. 나와 그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꽃 한 송이 드립니다.



나이 40이 넘어 블로그와 첫 만남을 준비하는 것이 아마도 20대에 산을 오르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에 만나 서른세살 결혼에 성공한? 아내와 초등학교 4학년 딸, 그리고 6살배기 아들내미.....
사회에서는 제법 중견의 나이에 어쩌면 노후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는 위태위태한 이 땅의 40대 가장으로서 고만고만한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가슴 콩닥콩닥 거리던 설레임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래도 설레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결혼생활 11년차, 연애까지 합치면 25년을 함께 해 온 아내는 아직도 가끔은 나를 설레이게 합니다. 조금은 민망한 스커트를 들어올리며 "좀 짧아 보이나?" 물어볼 때 힐긋 쳐다보며 건성으로 "괜찮은거 같아" 대답하지만 신경쓰이고, 나가는 뒷모습을 다시 쳐다보며 마른침을 한번 삼키기도 합니다. 
어쩌다 늦은 저녁 취기가 약간 올라 방안에 들어섰는데 아들 녀석과 잠들어 있는 아내의 숨소리가  설레임을 주기도 합니다. 조금 주책인가요?!?! 그렇게 행복합니다.
그래도 허전한 가슴 한구석을 다 매울 수는 없는가 봅니다. 



그래서 설레이고 싶습니다. 얽히고 싶습니다.
첫 만남을 준비하며 참 많이 설레이기도 했고, 서툴기도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젊은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기웃기웃 거려 보기도 하지만 도무지 감당이 안됩니다. "젠장 차라리 연애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럴 깜냥도 못되나 봅니다.
그래서 그냥 시작 하려구요! 하다보면 잘 될지도 모르잖아요!
이 만남을 통해서 소리를 울리고 싶습니다. 기쁠 땐 기쁘다고, 화날 땐 화난다고, 슬플 땐 슬프다고, 즐거울 땐 즐겁다고...... 그러다 보면 가끔 또닥여 주는 분도 계시겠지요. 그렇게 서로서로 또닥여 주며, 설레임을 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나이 마흔 셋에 서툰 연애를 시작합니다. 

Posted by 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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