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5.08 점점 닮아가는 두 여자와 사랑에 빠진 남자 by 솔소리 (27)
  2. 2009.05.04 국수 면발보다 더 긴 인연..연분암 국수 사연 by 솔소리 (19)
오늘 아침
딸 아이와 안 사람은 먼저 집을 나서고
여섯 배기 아들녀석 유치원 차를 태우려고 집을 나서려다 집안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먼저 딸 아이 방 문을 여니 이랬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열 한살 먹은 딸 아이는 저희 반에서 제일 키가 크고 제법 어른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어린애 입니다.
저희 부부는 맞벌이라 어려서부터 할머니 손에 자라며 꼼꼼하고 깔끔한 할머니의 영향을 받았을 법도 하련만 치우고 정리하는 데는 영 소질이 없는가 봅니다.
그리고 나서 안방 문을 열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랬습니다.

아마도 할머니가 보셨다면 "뱀이 허물 벗어논 것 같다."고 하셨을 겁니다.
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고등학교 1학년에 만나 서른 세 살에 결혼에 골인 하기까지 참 긴 세월동안 안사람과 만나왔지만 집안에서의 문화를 서로 공유할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혼 초기에는 많이 다투기도 했었지요!
상황은 이랬습니다.
하루에 두 번 이상 걸레 청소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집안에서 자란 저와, 집안 청소는 명절 행사 정도로 생각하는 집안에서 자란 안사람의 문화는 서로 이해 할 수 없었지요!
뭐 어떤 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막연한 스트레스..........

상당히 개방적인 집안의 분위기에서 자란 저는 결혼 초부터 어렵고 힘든 집안 일들은 제가 하는게 옳다고 생각하고, 집안 청소 역시 손수 해결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무슨 일이 있거나 어딜 다녀와서 청소를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당연히 안 사람이 청소를 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겁니다.
한번은 언제까지 청소가 안 되나 보자 하고 지내 봤더니 일주일이 넘도록 집안은 치워질 줄을 몰랐지요!
그래서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왜 청소 안하는데?"
"응 그거 당신 일이잖아!"
"뭐라고? 당신 힘들까봐 내가 도와준거지!!"
"무슨 소리야 도와주다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뭐 나는 그렇게 청소 안해도 살만해"
..........................
그러다가 결국 대판 싸웠지요!!

결혼 11년차가 된 지금은 서로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길들여지고 뭐 그런데로 살만합니다.
제가 제시했던 결혼 공약 중 1순위인 '아침 밥  꼭 챙겨주기'의 약속은 안사람이 무슨일이 있어도 지켜주고
뭐 나는 그 외의 거의 모든 일을 하고 있지요! 청소, 빨레, 집안정리, 기타등등......

조금 억울할 법도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말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문화의 차이고, 선택하는  문제이기에.......
안 사람은 대단히 창조적이고 활동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타입입니다. 방송작가로 십년 넘게 생활하다가 지금은 전문직공무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방송계의 퓰리처상이라는 피버디상을 동양에서는 처음으로 받았던 역량있는 작가였고, 지금도 전주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가꾸는 공무원으로서의 역할을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조금 어지르고 살고, 치우고 정리하는데 게으르다고 누가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

문제는 그런 유전자가 딸 아이에게도 전달되나 봅니다.
할머니와 제가 공동전선을 펼치며 깔끔하고 정돈 잘하는 아이로 키울려고 참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그게 맘 같이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두 여자의 방과
벗어 놓고 간 흔적을 보며 혼자서 참 많이 웃었습니다.
피는 못 속이는 구나! 
어쩌겠어요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아쉬운 제가 치우고 정리하고 살아야지요!!
그래도 지 엄마 닮아서 그런지 제법 똑소리나는 성격에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고 어른들에게 인정받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답니다.
이거 오늘 팔불출 제대로 된거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 점점 닮아가는 두 여자와의 사랑이 오늘도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근데 이글과 사진 우리 안사람이 보면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블로그 패쇄해야할지도............  
암튼 오늘은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식 보러 갑니다.



추신 : 요즘 안 사람은 전통만이 살 길이라며 고추장, 된장, 간장 담고 사는 게 앞으로의 꿈이랍니다. 그래서 단독주택자리도 물색하고 있구요!! 맞는 말이긴 하고 저 역시 좋긴 한데....평소 안 사람의 성격을 봐서는 그 모든 일이 저의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려... 
전통 좋지요! 전통문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도시 전주에 사는게 행복합니다.................
Posted by 솔소리

국수 좋아하세요?
저는 하루에 한끼는 면을 먹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특히 국수를 좋아합니다.
요즘에야 국수가 흔한 음식이지만 예전에는 귀한 음식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잔치 집이나 혼례가 있을 때 맛 볼 수 있었다지요!
더군다나 국수를 먹는 의미는 면발처럼 길게 오래오래 장수하라는 뜻도 있다고 합니다.
국수 예찬론은 이쯤하고.....


일요일 아침, 비온 뒤 화창한 봄날이 아까워 전주 근교에 있는 모악산을 가족과 함께 찾았습니다.
바햐흐로 봄을 맞은 산은 세수를 마친 새색시처럼 고왔습니다.
비 온 뒤라 그런지 계곡의 물도, 만개한 봄 꽃도, 새 잎을 피워낸 나무들도 한껏 물이 올랐습니다. 

 

애시당초 뭘 준비하고 나선 걸음이 아니어서 산행을 마치고 점심을 할 요량이었지요!
모악산을 오르는 많은 코스 중에 그다지 사람의 발길이 뜸한 연분암길로 코스를 잡았습니다.
모악산을 자주 오르긴 했지만 저역시 연분암을 찾은 건 몇번 되지 않았습니다.
한시간 여 올랐을까....산허리에 소담하게  자리잡은 연분암은 소박한 절 집이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치루고 걸려 있는 연등이 만장처럼 하늘을 가르고, 마당엔 산을 찾은 산객들이 여기저기 모여 앉아 있었지요!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모여 앉은 산객들이 저마다 국수를 먹고 있었습니다.
마당 한켠에서는 보살님 몇분이 국수 면발을 건지고, 멸치 육수를 끓이고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계셨습니다.
무슨 일인가 두리번 거리는데 보살님 한분이 "국수드세요!" 하고 우리 일행을 불렀습니다.

 


"국수 그냥 주시는 거예요?"
"네 좋은 인연 만드시라고 그냥 드려요!"
"날마다 하는 건가요?"
"매주 일요일이면 한답니다."

허위허위 산을 올라 허기진 상황이라 염치불구 저마다 한 그릇씩 국수를 받아들고 고명으로 짤게 썬 김치를 언고, 양념장을 뿌리고, 정신 없이 한 그릇을 뚝딱 했습니다. 산사에서 맛보는 국수는 참으로 별미였습니다. 게다가 공짜로............

 

허기를 채우고 인심좋게 생기신 보살님께 말을 걸었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국수를 주셨나요?"
"지금은 돌아가신 무진스님께서 오래전부터 찾아주신 분들께 대접하던 것을 지금은 저희가 그 뜻을 이어받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인연 만드시고, 오래오래 장수하시라고요...."

많은 말을 나누지는 않았습니다. "염화미소, 이심전심"이랄까요!
소박하고 따끈한 국수 한 그릇에는 참으로 많은 인연과 의미가 있었습니다. 살아 생전 한번도 뵙지 못한 무진스님과의 인연은 그렇게 국수면발보다 질기게 저희를 이끌었나 봅니다.

 


화창한 어느 일요일
깊은 정이 담긴 질긴 인연 하나 만들고 싶으시면
모악산 연분암을 올라 볼 일 입니다.


 

Posted by 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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