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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04 국수 면발보다 더 긴 인연..연분암 국수 사연 by 솔소리 (19)

국수 좋아하세요?
저는 하루에 한끼는 면을 먹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특히 국수를 좋아합니다.
요즘에야 국수가 흔한 음식이지만 예전에는 귀한 음식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잔치 집이나 혼례가 있을 때 맛 볼 수 있었다지요!
더군다나 국수를 먹는 의미는 면발처럼 길게 오래오래 장수하라는 뜻도 있다고 합니다.
국수 예찬론은 이쯤하고.....


일요일 아침, 비온 뒤 화창한 봄날이 아까워 전주 근교에 있는 모악산을 가족과 함께 찾았습니다.
바햐흐로 봄을 맞은 산은 세수를 마친 새색시처럼 고왔습니다.
비 온 뒤라 그런지 계곡의 물도, 만개한 봄 꽃도, 새 잎을 피워낸 나무들도 한껏 물이 올랐습니다. 

 

애시당초 뭘 준비하고 나선 걸음이 아니어서 산행을 마치고 점심을 할 요량이었지요!
모악산을 오르는 많은 코스 중에 그다지 사람의 발길이 뜸한 연분암길로 코스를 잡았습니다.
모악산을 자주 오르긴 했지만 저역시 연분암을 찾은 건 몇번 되지 않았습니다.
한시간 여 올랐을까....산허리에 소담하게  자리잡은 연분암은 소박한 절 집이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치루고 걸려 있는 연등이 만장처럼 하늘을 가르고, 마당엔 산을 찾은 산객들이 여기저기 모여 앉아 있었지요!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모여 앉은 산객들이 저마다 국수를 먹고 있었습니다.
마당 한켠에서는 보살님 몇분이 국수 면발을 건지고, 멸치 육수를 끓이고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계셨습니다.
무슨 일인가 두리번 거리는데 보살님 한분이 "국수드세요!" 하고 우리 일행을 불렀습니다.

 


"국수 그냥 주시는 거예요?"
"네 좋은 인연 만드시라고 그냥 드려요!"
"날마다 하는 건가요?"
"매주 일요일이면 한답니다."

허위허위 산을 올라 허기진 상황이라 염치불구 저마다 한 그릇씩 국수를 받아들고 고명으로 짤게 썬 김치를 언고, 양념장을 뿌리고, 정신 없이 한 그릇을 뚝딱 했습니다. 산사에서 맛보는 국수는 참으로 별미였습니다. 게다가 공짜로............

 

허기를 채우고 인심좋게 생기신 보살님께 말을 걸었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국수를 주셨나요?"
"지금은 돌아가신 무진스님께서 오래전부터 찾아주신 분들께 대접하던 것을 지금은 저희가 그 뜻을 이어받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인연 만드시고, 오래오래 장수하시라고요...."

많은 말을 나누지는 않았습니다. "염화미소, 이심전심"이랄까요!
소박하고 따끈한 국수 한 그릇에는 참으로 많은 인연과 의미가 있었습니다. 살아 생전 한번도 뵙지 못한 무진스님과의 인연은 그렇게 국수면발보다 질기게 저희를 이끌었나 봅니다.

 


화창한 어느 일요일
깊은 정이 담긴 질긴 인연 하나 만들고 싶으시면
모악산 연분암을 올라 볼 일 입니다.


 

Posted by 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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