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오가 지났습니다.
요즘 젊은 친구들에게 단오의 의미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40대인 제가 어려서는 단오도 하나의 명절처럼 다가왔습니다.

단오날이면 여인네들 물벼락을 세번 맞는 다지요!
단오날에는 창포물에 머리를 감는 풍습이 있었습니다. 제가 사는 전주에서는 덕진연못에 모여 아낙네들이 머리를 감고 목욕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면 동무들끼리 물을 끼언고 놀기도 하지요! 그렇게 물벼락 한번 맞구요
그리고 단오날이면 꼭 비가 온답니다. 그래서 물벼락 한번 더 맞구요
모처럼 동무들도 만나고 밤늦게 노닐다가 집에가면 서방한테 늦게 들어왔다고 물벼락을 맞는 답니다.
그래서 "단오날 물벼락 세번 맞는다"는 말이 있는가 봅니다.

단오야 여러가지 의미가 있겠지만 어쩌면 물을 통해서 자신을 정화하고 농경사회에서의 물의 중요성과 소중함을 일깨우는 의미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동남아 지역 특히 태국과 그 인근 라오스, 캄보디아 등에서는 해마다 물축제가 열립니다.
4월 중순에 열리는 이 축제는 무슨 행사나 공연이 있는 축제는 아니고 태국의 새해 맞이 잔치랍니다.
'송크란'이라고 명명된 이 축제는 올해는 4월 13일부터 15일 까지 열렸습니다.
국가에서 공식적으로 지정한 날은 이때지만 국민들은 열흘에서 한달까지 축제를 즐기고 고향을 찾는 다는 군요!

올해 송크란은 저도 가봤습니다.
말그대로 물축제!!
배낭족들의 천국이라는 카오산 거리는 세계에서 모여든 관광객들과 태국민들이 한데 어울려 서로에게 물을 끼언고 얼굴에 흙칠을 해주고 그야말로 물을 통해 축복과 감사를 전하는 한마당 잔치가 벌어졌습니다.
저마다 손에는 무기?(다양한 물총)를 들고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물총을 발사하고 그걸 감사하게 받아들입니다.
물을 끼언거나 물총을 발사하는 행위를 축복이라고 생각하는 거지요!
이 시기 태국인근의 날씨가 한해 중 가장 더울 때 인것도 이유 중 하나인거 같습니다.

잠깐 거리를 지나다 보면 속옷까지 모두 흠뻑 젖는 것은 당연지사......
어른, 아이, 외국인, 태국인, 남자, 여자, 뭐 그냥 한바탕 물장난입니다.
어릴적빼고 그렇게 심하고 유쾌하게 물장난을 해본 것은 처음입니다. 너무 즐거웠고, 너무 행복했습니다. 물장난을 통해.......

세상에 많고 다양한 축제들 중에
'송크란 축제'의 의미는 남달랐습니다.
전통과 문화와 역사가 담긴 생활속의 축제라고 할까요!! 뭐 추진위원회나 그런게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에도 그런 축제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면 참 행복할텐데.......

우리의 전통과 문화와 역사를 담아내며 온 국민이 함께하는 축제....그런축제 하나 있었으면........... 

이제는 단오의 의미도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우리에게도 물축제가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혹시 모르니까 올해 단오에는 물총하나 들고 덕진연못을 찾아볼까 싶었는데
국상을 치루는 죄인의 심정이라
그것도 여의치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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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소리
오늘 아침
딸 아이와 안 사람은 먼저 집을 나서고
여섯 배기 아들녀석 유치원 차를 태우려고 집을 나서려다 집안을 한 바퀴 돌았습니다.
먼저 딸 아이 방 문을 여니 이랬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 열 한살 먹은 딸 아이는 저희 반에서 제일 키가 크고 제법 어른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어린애 입니다.
저희 부부는 맞벌이라 어려서부터 할머니 손에 자라며 꼼꼼하고 깔끔한 할머니의 영향을 받았을 법도 하련만 치우고 정리하는 데는 영 소질이 없는가 봅니다.
그리고 나서 안방 문을 열었습니다.
그랬더니 이랬습니다.

아마도 할머니가 보셨다면 "뱀이 허물 벗어논 것 같다."고 하셨을 겁니다.
전에도 얘기한 적이 있지만
고등학교 1학년에 만나 서른 세 살에 결혼에 골인 하기까지 참 긴 세월동안 안사람과 만나왔지만 집안에서의 문화를 서로 공유할 기회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혼 초기에는 많이 다투기도 했었지요!
상황은 이랬습니다.
하루에 두 번 이상 걸레 청소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집안에서 자란 저와, 집안 청소는 명절 행사 정도로 생각하는 집안에서 자란 안사람의 문화는 서로 이해 할 수 없었지요!
뭐 어떤 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막연한 스트레스..........

상당히 개방적인 집안의 분위기에서 자란 저는 결혼 초부터 어렵고 힘든 집안 일들은 제가 하는게 옳다고 생각하고, 집안 청소 역시 손수 해결 했습니다. 그러던 것이 무슨 일이 있거나 어딜 다녀와서 청소를 못하는 경우가 생기면 당연히 안 사람이 청소를 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겁니다.
한번은 언제까지 청소가 안 되나 보자 하고 지내 봤더니 일주일이 넘도록 집안은 치워질 줄을 몰랐지요!
그래서 아내에게 물었습니다.
"왜 청소 안하는데?"
"응 그거 당신 일이잖아!"
"뭐라고? 당신 힘들까봐 내가 도와준거지!!"
"무슨 소리야 도와주다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이고.... 뭐 나는 그렇게 청소 안해도 살만해"
..........................
그러다가 결국 대판 싸웠지요!!

결혼 11년차가 된 지금은 서로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길들여지고 뭐 그런데로 살만합니다.
제가 제시했던 결혼 공약 중 1순위인 '아침 밥  꼭 챙겨주기'의 약속은 안사람이 무슨일이 있어도 지켜주고
뭐 나는 그 외의 거의 모든 일을 하고 있지요! 청소, 빨레, 집안정리, 기타등등......

조금 억울할 법도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정말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고 문화의 차이고, 선택하는  문제이기에.......
안 사람은 대단히 창조적이고 활동적으로 사회생활을 하는 타입입니다. 방송작가로 십년 넘게 생활하다가 지금은 전문직공무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방송계의 퓰리처상이라는 피버디상을 동양에서는 처음으로 받았던 역량있는 작가였고, 지금도 전주의 전통문화를 지키고 가꾸는 공무원으로서의 역할을 누구 못지 않게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조금 어지르고 살고, 치우고 정리하는데 게으르다고 누가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

문제는 그런 유전자가 딸 아이에게도 전달되나 봅니다.
할머니와 제가 공동전선을 펼치며 깔끔하고 정돈 잘하는 아이로 키울려고 참 많은 노력을 해왔는데.....
그게 맘 같이 안되더라구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는 두 여자의 방과
벗어 놓고 간 흔적을 보며 혼자서 참 많이 웃었습니다.
피는 못 속이는 구나! 
어쩌겠어요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고 아쉬운 제가 치우고 정리하고 살아야지요!!
그래도 지 엄마 닮아서 그런지 제법 똑소리나는 성격에 친구들에게 인기도 많고 어른들에게 인정받는 모습을 보면 흐뭇하답니다.
이거 오늘 팔불출 제대로 된거 아닌가 싶네요!!

그래도 점점 닮아가는 두 여자와의 사랑이 오늘도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
근데 이글과 사진 우리 안사람이 보면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블로그 패쇄해야할지도............  
암튼 오늘은 전주국제영화제 폐막식 보러 갑니다.



추신 : 요즘 안 사람은 전통만이 살 길이라며 고추장, 된장, 간장 담고 사는 게 앞으로의 꿈이랍니다. 그래서 단독주택자리도 물색하고 있구요!! 맞는 말이긴 하고 저 역시 좋긴 한데....평소 안 사람의 성격을 봐서는 그 모든 일이 저의 일이 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려... 
전통 좋지요! 전통문화가 강물처럼 흐르는 도시 전주에 사는게 행복합니다.................
Posted by 솔소리

국수 좋아하세요?
저는 하루에 한끼는 면을 먹어야 직성이 풀립니다. 특히 국수를 좋아합니다.
요즘에야 국수가 흔한 음식이지만 예전에는 귀한 음식 중 하나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잔치 집이나 혼례가 있을 때 맛 볼 수 있었다지요!
더군다나 국수를 먹는 의미는 면발처럼 길게 오래오래 장수하라는 뜻도 있다고 합니다.
국수 예찬론은 이쯤하고.....


일요일 아침, 비온 뒤 화창한 봄날이 아까워 전주 근교에 있는 모악산을 가족과 함께 찾았습니다.
바햐흐로 봄을 맞은 산은 세수를 마친 새색시처럼 고왔습니다.
비 온 뒤라 그런지 계곡의 물도, 만개한 봄 꽃도, 새 잎을 피워낸 나무들도 한껏 물이 올랐습니다. 

 

애시당초 뭘 준비하고 나선 걸음이 아니어서 산행을 마치고 점심을 할 요량이었지요!
모악산을 오르는 많은 코스 중에 그다지 사람의 발길이 뜸한 연분암길로 코스를 잡았습니다.
모악산을 자주 오르긴 했지만 저역시 연분암을 찾은 건 몇번 되지 않았습니다.
한시간 여 올랐을까....산허리에 소담하게  자리잡은 연분암은 소박한 절 집이었습니다.
부처님 오신 날 행사를 치루고 걸려 있는 연등이 만장처럼 하늘을 가르고, 마당엔 산을 찾은 산객들이 여기저기 모여 앉아 있었지요!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니 모여 앉은 산객들이 저마다 국수를 먹고 있었습니다.
마당 한켠에서는 보살님 몇분이 국수 면발을 건지고, 멸치 육수를 끓이고 부산스럽게 움직이고 계셨습니다.
무슨 일인가 두리번 거리는데 보살님 한분이 "국수드세요!" 하고 우리 일행을 불렀습니다.

 


"국수 그냥 주시는 거예요?"
"네 좋은 인연 만드시라고 그냥 드려요!"
"날마다 하는 건가요?"
"매주 일요일이면 한답니다."

허위허위 산을 올라 허기진 상황이라 염치불구 저마다 한 그릇씩 국수를 받아들고 고명으로 짤게 썬 김치를 언고, 양념장을 뿌리고, 정신 없이 한 그릇을 뚝딱 했습니다. 산사에서 맛보는 국수는 참으로 별미였습니다. 게다가 공짜로............

 

허기를 채우고 인심좋게 생기신 보살님께 말을 걸었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국수를 주셨나요?"
"지금은 돌아가신 무진스님께서 오래전부터 찾아주신 분들께 대접하던 것을 지금은 저희가 그 뜻을 이어받아 하고 있습니다."
"좋은 인연 만드시고, 오래오래 장수하시라고요...."

많은 말을 나누지는 않았습니다. "염화미소, 이심전심"이랄까요!
소박하고 따끈한 국수 한 그릇에는 참으로 많은 인연과 의미가 있었습니다. 살아 생전 한번도 뵙지 못한 무진스님과의 인연은 그렇게 국수면발보다 질기게 저희를 이끌었나 봅니다.

 


화창한 어느 일요일
깊은 정이 담긴 질긴 인연 하나 만들고 싶으시면
모악산 연분암을 올라 볼 일 입니다.


 

Posted by 솔소리
장모님을 처음 만난건 고등학교 2학년 때 입니다.
지금의 안 사람과 주고받던 편지를 보시고 고등학교.
학교로 연락을 해오셔서 시장 통 어느 빵집에서 처음 만나고 그 뒤로도 자주 둘이서 데이트를 했었지요! 참 후덕하고 사람 좋은 분이셨어요. 지금은 돌아가신지 어언 4년.........
장모님이 돌아가신 뒤론 장인어른 혼자서 아파트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주 금요일이면 맞사위집에 오셔서 주무시고 주말을 함께 하고 있습니다. 초등학교 평교사로 평생을 살아오신 장인어른은 솔직이 그리 녹녹한 상대는 아니지만 사위자식도 자식이고 깊은 정이 있어 함께 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어제도 역시 녹녹치 않은 장인어른이 집에 오셨지요!
전주국제영화제다, 한지문화축제다, 이런 저런 일들이 널려 있어 할 일은 많았지만 언감생심 장인어른의 저녁식사가 걱정 돼 일찍 들어와 함께 저녁을 했습니다. 근데 문제는 그 다음 부터 생기기 시작했어요!
초등학교 4학년이라고는 하지만 제법 성숙함?이 묻어나는 살 열 한 살짜리 딸내미와 일흔 여서섯살 장인어른과의 전쟁이 시작된 겁니다.
바햐흐로 리모콘 쟁탈전...........

평소  드라마나 스포츠 중계에는 큰 관심이 없던 저에게는 신기한 구경거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저녁식사를 마치고(이전에는 리모콘은 장인에게 있었음).
평소와 다르게 왕성한 식욕을 접고 TV앞으로 달려간 딸내미는 채널을 돌렸습니다. 드라마가 시작하는 사간이었던거죠!
뒤늦게 식사를 마친 장인어른은 일갈을 했습니다.
라운드 1
#1 장인 :  애가 무슨 드라마여 이리주어 리모콘
    딸내미 :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계속 스포츠만 보셨잖아요! 저도 인제 드라마 볼거예요.
    장인 : 허어 이놈이 할아버지 이거 꼭 봐야혀!
    딸내미 : 오늘 "아내의 유혹" 마지막 회 란 말이예요! 저도 이거 볼라고 하루종일 기다렸어요!
    장인 : 그건 재방송에 보믄 되잖여.  이 경기는 일년에 한번 밖에 안혀........

1라운드는 광고가 길어지는 바람에 장인어른의 잠정적 승리로 끝났습니다.
하지만 호시탐탐 거실을 오가며(또한 씩씩거리며)
기회를 노리던 딸내미는 결정적인 기회를 얻었지요!
할아버지가 화장실을 간 것입니다.
그 새에 채널은 다시 "아내의 유혹" .........
화장실을 다녀온 장인어른도 분위기 상 어찌할 수 없이 잠자코 잠정적으로 앉아 계셨습니다.
화면을 쟁취한 탓일까요!
방심한 딸내미는 6살 동생이 안방에서 컴퓨터 게임에 관해 도와달라고 하자 자리를 비웠습니다.
그 사이를 놓칠 장인이 아니지요
또 다시 채널은 농구...............

방에서 나온 딸내미는 잠시 황당해 하는 표정이더니
1분, 2분 시간이 지나자 표정이 일그러 졌습니다.

라운드 2
#2 딸내미 : 현우야! 너땜에 누나 드라마 못보게 됐잖아 어떻해....(씩씩씩)
    아들 : 왜 그러는데, 누나 이거 할려면 또 어떻 해야해...(히히히)
    딸내미 : (화가치밀어) 아... 이... 너 때문이라고...오...오!!!
    아들 : 누나 왜 그러는데.....아이씨 또 죽었다....이거좀 가르쳐주지.....
(그때 할아버지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농구경기에 열광중......아무생각없음)
근데 생각보다 상황은 심각했어요..싸 한게..

결국 "아내의 유혹"을 보지 못한 분한 딸내미와 무슨영문인지 모르는 아들내미는 둘다 엉엉 울고....농구경기와 아내의 유혹 마지막회는 끝이 났습니다.

저요??
제가 뭐 할일 있나요!
그저 웃을뿐............

그래도 장인어른이 응원했던 팀이 우승을 했답니다.
뾰로통해서 씩씩거리던 딸내미의 심정과는 상관없이 채널을 쟁탈한 장인어른은 경기 뒷풀이 인터뷰까지 다 보고서야 자리를 일어났습니다.

하루가 지나고  
아침을 함께하고
감기 기운이 채 가시지 않은 장인어른은 집에 모신 체 아내와 애들과 산에(동네 동산)다녀왔습니다.

김밥을 쌓아두긴 했지만 몸도 안 좋으신데 죄송스럽드라구요!
 
어찌보면 참 한심스러운 얘기 일 수 있지만
이런게 세상사는 재미가 아닐까 싶네요!

드라마와 스포츠 중계의 전쟁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지만
그리고 유효하지만.......우리는 그렇게 살아갑니다.
근데
그게
자꾸
실실
웃음이 나오며 행복한건 무슨 이유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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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솔소리

산을 좋아 했습니다.
10대에는 뭣 모르고 그냥 다녔고,
20대에는 정상을 정복하는 재미에 쉬지 않고 오르기만 했습니다.
30대에는 친구들과 함께하는 이야기의 재미가 쏠쏠 했습니다.
40대가 넘어선 지금, 오르기보다는 만남이 좋아 산을 찾습니다.
길가에서 마주치는 들꽃의 이야기가 발목을 잡고, 구부러져 볼 품 없는 나무들도 말을 걸어 옵니다. 그러면 한참을 나무에 기대서서 '나 여기 오기를 얼마나 기다렸느냐고' 속삭입니다. 고만고만한 바위를 만나면 걸터 앉아 잔등을 쓸어주기도하고, 널다랗고 장하게 생긴 큰 바위를 만나면 아예 드러누워 하늘을 보다가 한 숨 잠을 청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정상을 오르는 것은 열에 한 두번 밖에 되지 않지만 그래도 그게 좋습니다. 나와 그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으니까요!!

 


                                                     꽃 한 송이 드립니다.



나이 40이 넘어 블로그와 첫 만남을 준비하는 것이 아마도 20대에 산을 오르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에 만나 서른세살 결혼에 성공한? 아내와 초등학교 4학년 딸, 그리고 6살배기 아들내미.....
사회에서는 제법 중견의 나이에 어쩌면 노후를 준비해야 할지도 모르는 위태위태한 이 땅의 40대 가장으로서 고만고만한 삶을 살아내고 있습니다.

가슴 콩닥콩닥 거리던 설레임을 느껴본 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그래도 설레이고 싶은 마음이 사라진 건 아닙니다.
결혼생활 11년차, 연애까지 합치면 25년을 함께 해 온 아내는 아직도 가끔은 나를 설레이게 합니다. 조금은 민망한 스커트를 들어올리며 "좀 짧아 보이나?" 물어볼 때 힐긋 쳐다보며 건성으로 "괜찮은거 같아" 대답하지만 신경쓰이고, 나가는 뒷모습을 다시 쳐다보며 마른침을 한번 삼키기도 합니다. 
어쩌다 늦은 저녁 취기가 약간 올라 방안에 들어섰는데 아들 녀석과 잠들어 있는 아내의 숨소리가  설레임을 주기도 합니다. 조금 주책인가요?!?! 그렇게 행복합니다.
그래도 허전한 가슴 한구석을 다 매울 수는 없는가 봅니다. 



그래서 설레이고 싶습니다. 얽히고 싶습니다.
첫 만남을 준비하며 참 많이 설레이기도 했고, 서툴기도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젊은 친구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기웃기웃 거려 보기도 하지만 도무지 감당이 안됩니다. "젠장 차라리 연애나 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럴 깜냥도 못되나 봅니다.
그래서 그냥 시작 하려구요! 하다보면 잘 될지도 모르잖아요!
이 만남을 통해서 소리를 울리고 싶습니다. 기쁠 땐 기쁘다고, 화날 땐 화난다고, 슬플 땐 슬프다고, 즐거울 땐 즐겁다고...... 그러다 보면 가끔 또닥여 주는 분도 계시겠지요. 그렇게 서로서로 또닥여 주며, 설레임을 주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나이 마흔 셋에 서툰 연애를 시작합니다. 

Posted by 솔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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